사이드 석방 늦장 통보, “이해민 양 가족에 대한 배려 없었다” 부패혐의 재판 앞둔 모스비 검사장 “정치적 결정” 의혹
23년전 무참히 살해당했던 한인 여고생 이해민(당시 19세) 양의 살해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종신형으로 복역중이던 아드난 사이드(41)가 지난 19일 전격 석방돼 전국적인 논란이 거세다. 당시 볼티모어 시 검찰청 고문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사건을 재공론화시킨 HBO 다큐멘터리 '애드난 사이드 사건'의 기술자문을 맡았던 제레미 엘크리지 변호사를 만나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 했다. 21일 메릴랜드 볼티모어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엘크리지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점은 20여년전 정의가 실천됐다고 믿었던 이해민 양 가족들이 느낄 참담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이드의 석방에 대한 검토와 준비과정을 열흘 전에서야 통보 받은 이 양 가족들을, 사법당국이 과연 제대로 배려했는지가 의문"이라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커뮤니티가 힘을 보태 정의가 실천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크리지 변호사는 이번 사이드 석방이 내년 초 물러나는 메릴린 모스비 볼티모어 검사장의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20년 검사 변호사 생활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케이스"라며 "(이번 석방 건에 관해) 모스비 검사장과 주검찰 수뇌부가 이견을 갖고 대치했다"고 주장했다. 엘크리지 변호사는 "수년간 사이드의 무죄를 입증할 기회가 있었고, 관련 방송이 나온지도 수년이 흘렀는데, (모스비 검사장의 재임) 막판에 전격적으로 진행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모스비 검사장은 두 건의 위증 및 허위 모기지 신청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모스비는 플로리다에 두 채의 별장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범법행위를 저질렀는데, 이로 인해 재선도 불발된 상태다. 모스비 검사장에 대한 재판의 배심원 구성은 지난 주 목요일로 예정됐다. 이는 사이드 석방을 위한 심리가 시작된 지 하루 뒤로, 일부에서는 "모스비 검사장이 자신의 재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사이드 석방'으로 돌리고, (국민들에게) 평판을 얻으려는 정치적 노림수"라고 주장한다. 논란이 일자 모스비 검사장은 21일 메릴랜드 브라이언 프로쉬 법무장관이 "사이드의 무죄를 입증할만한 증거들을 수년간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프로쉬 법무장관은 사이드의 전격석방에 대해 "(모스비 검사장의) 타이밍 선택이 비정상적이다"라고 말해 양측의 불편한 감정이 확인됐다. 엘크리지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피해를 받는 것은 오직 이해민 양 가족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이해민 가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한인들도 백인이나 흑인들이 받는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해민 씨 가족은 분명 소송에 참여할 자격이 있었으나 주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점은 철저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30일간 한인 커뮤니티가 이해민 양 가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양 가족들에게도 대변인이 있겠지만, 법정이나 언론을 통해 그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 정의를 박탈 당했다고 느낄 이 양 가족을 위해 (한인 커뮤니티가)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해, 만약 진짜로 사이드가 진범이 아니라면, 누가 진짜 범인인지 가려내라고 압력을 가하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엘크리지 변호사는 "23년이나 지난 사건을 재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배석한 줄리안 민 볼티모어 한인회장은 한인사회의 관심과 배려를 호소했다. 민 회장은 "(사이드의) 석방 결정 당시 그의 가족과 파키스탄계 지지자 등 200여명이 몰려온 반면, 이해민 양 가족이나 한인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아쉬워 했다. "흑인이나 이슬람계가 자기들끼리 뭉치고 목소리를 높여 각종 권리를 쟁취하는 데 반해, 한인들의 권리나 요구가 무시되는 것은 결집하지 않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협회 차원을 넘어, 과거 경찰 근무 당시의 전력을 살려, 이해민 양 가족을 도울 방도를 찾겠다"며 한인사회의 관심을 당부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사이드 이해민 사이드 석방 수년간 사이드 아드난 사이드